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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조 칼럼> 한국춘란과 난향(蘭香)
기사입력  2020/07/31 [23:58]   정계조 국제동양란교류협회 회장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역사와

애란인의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2020.7.31일 현재 사이버전시회에 2.930점을 전시중입니다)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 창간5주년(2020.5.1) 기념

12.000작품 사이버전시회 개최

● 일 시 : 2020.4.1(수) ~ 2021.3.31(수) 12개월. (매일 10점이상 게재)

● 장 소 :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www.nantogether.com

● 출품전시작 : 한국춘란 10.000점, 풍란, 석곡, 새우란, 한란, 구화 등 1.500점

                     수국 250점, 제주풍광사진 250점 등  총 12.000점

 

▲ 제주동양란회 전시회 고상종 씨 출품 한국춘란 백화 유향종(청향) 제주 김령산.   ©김성진

 

한국춘란과 난향(蘭香)

 

동양인은 난()이 청아한 향기와 고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 세련된 멋과 운치를 갖춘 식물이라 소중하게 여겨왔다. 난초는 그 꽃의 모습이 고아할 뿐만 아니라 청초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범상치 않은 기품을 지녀, 군자나 고고한 선비에 비유되었다.

 

난초의 덕성과 상징 세계에 관한 최종적인 물음은 난향(蘭香)이다. 난초에서 향기 상징을 빼면 모든 상징체계가 무너지고 만다. 난초는 잎의 특성, 꽃 심지어는 정사초의 노근란(露根蘭)의 경우처럼 모든 부위에 상징성을 담고 있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지탱하는 상징의 기둥은 난향이다. 난향은 난초의 속성이 아니라 그 전체를 대신하는 제유(提喩)적 역할을 해왔다.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난은 꽃이 적고 향기가 많으니 ‘향문십리(香聞十里)’라고 함이 반드시 턱없는 한문식의 과장만이 아니다. 난화(蘭花)를 향조(香祖) 또는 제일향(第一香)이라 이름이 어찌 이유가 없음이라”라고 하였다.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인 이제현은 《역옹패설(櫟翁稗說)》에서 난초의 향기에 대하여 경험한 바를 남겼다.

 

 

“일찍이 여항(餘杭)이란 땅에 가서 있을 때 난초 한 분을 선물로 주는 이가 있었다. 그것을 서안 위에 받아 놓았는데,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고 더불어 한참 담화할 때에는 난화의 향기가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밤이 깊어 오래도록 앉아 있으려니 달은 창에 비쳐 드는데, 난화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맑고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뿐이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또한, 성삼문은 〈오설란(傲雪蘭)〉이란 시에서 난향을 찬양하였다.

 

彈入宣尼操(탄입선니조)

 공자는 거문고로 난의 곡조를 타고  

紉爲大夫佩(인위대부패)

 대부[굴원]는 수()놓인 띠를 차고 있네

十蕙當一蘭(십혜당일란)

 난초 하나가 열가지 향기와 맞먹으니

所以復見愛(소이복견애)

 그래서 다시 보고 사랑하리라

 

 난향은 중국난초의 특질이자 영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향이 없는 난초는 난초로 취급하지 않을 정도이다. 중국난에서도 종류별, 산지별로 향이 다르다.

 

춘란, 연판란, 춘검, 추란, 한란의 향은 담백하고 순정하며, 하혜(夏蕙)의 향은 깊고, 묵란(墨蘭)의 향은 담백하다. 춘란이라고 해도 일경일화와 일경구화의 향이 다르다. 같은 일경일화 춘란이라도 품종에 따라 향의 성질이 다르고, 진하고 엷음이 다르다.

 

춘란 명품으로 내려오는 송매, 환구하정, 대부귀 등은 향이 매우 진하고 맑고 우수하다. 중국도 하남, 호북 등 북방지역에서 자라는 춘란은 향기가 없거나 부족하다.

 

중국인들은 난초의 향기를 유향(幽香), 청향(淸香), 울향(鬱香), 방향(芳香), 진한 향, 청초향 등으로 나뉘었다. 맑고 그윽한 청향(淸香, 맑은 향기)이 으뜸이며 소심란의 향기를 가장 순수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춘란의 난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나라 자생춘란에 대한 채집과 재배는 조선 초 세종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강희안(姜希顔)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에 자생란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자생란을 난꽃의 색소를 중심으로 분류하였고, 난 재배법과 배양토에 관한 기록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생란의 종류와 분포상황, 자생란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 500여 년간 난인들이 자생춘란을 취급하지 않든가 등한시 한 것은 왜일까?

 

《양화소록》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난초와 혜초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분에 옮긴 뒤에 점점 짧아지고 향기도 좋지 않아 국향(國香)의 뜻을 잃고 있다. 그러므로 꽃을 보는 사람들이 심히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호남 연해의 모든 산에서 난 것은 품종이 아름답다.

 

그 당시 난인들은 우리나라 자생란에서 유향종을 찾았으나 청향을 품어내는 난을 찾지 못하였고, 산에서 다소 향이 있는 종류를 찾아 집에 와서 길러 꽃을 피워보면 향()이 없어지는 것을 알고는 ‘동국무진란(東國無眞蘭), 즉 우리나라 자생춘란에는 난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난인들은 자생춘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1930년대 가람 이병기난인에 이르러 다시 유향종 자생춘란을 찾게 되었다.

 

가람이 자생춘란을 접하게 된 것은 1935년으로, 시조시인 조운(曺雲: 1900~?)이 자신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 불갑산의 자생란 몇 포기를 가람에게 선물하면서 부터이다.

 

이 난()을 오란(筽蘭)이라고 불렀고, 화판이 연화형이고 담()한 향기가 있는 유향종의 난초였다고 한다. 가람은 그해 9월 불갑산 산지에 가서 자생지 실태를 면밀히 관찰하였고, 이를 동아일보에 〈해산유기(海山遊記)〉라는 기행문으로 발표하였는데, 그 기행문에는 불갑산 송림 속에서 본 난초이야기를 소상히 담고 있다.

 

가람 역시 난()이란 모름지기 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난인이다. 자생춘란 유향종을 찾으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 오던 차에 마침내 자생춘란 유향종을 만난 것이다. 이를 진란(眞蘭)이라고 하면서 ‘동국무진란’이란 시뻘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자생춘란 유향종이 분에 심어 기르면 향이 없어지는 것은 배양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라고 했다. 가람의 이러한 주장이 제자인 최승범(崔勝範)의 수필 〈난록기(蘭錄記)〉에 기록으로 나온다.

 

한국자생란에 대한 학술적인 최초 기록은 일반적으로 1965년도에 출판된 정태현 박사의 《한국동식물도감》의 한국란이 대한 기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가람은 그보다 30년 전에 한국자생춘란을 채집하여 기르고, 명명(銘名)했을 뿐만 아니라 자생지를 직접 답사하여 생육상태 등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자생춘란 유향종 채집에 열을 올리던 가람은 전남 구례 곡성지방에서 1주일을 헤매던 끝에 유향종 자생춘란을 1포기를 산채 하였다. 이 난을 분에 배양한지 2년만에 꽃이 피었는데 여전히 완전무결한 난초의 향기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가람은 자신이 정성들여 기르던 난초에 꽃이 피고 그 꽃에서 향을 토하는 순간 가람의 심신은 무아경에 이르고, 난을 소재로 시를 쓰는가 하면 가까운 친지나 벗들을 부르곤 하였다. 가람은 이 난을 ‘도림란(道林蘭)’이라고 불렀다.

 

가람을 비롯한 당시의 난인들은 유향종이라야 진란(眞蘭)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자생지에서 유향종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가람의 수필 〈난초〉에 보면 이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전금파(田錦波)라는 난인이 부산 범어사 주변 산야에 유향종 진란(眞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소동이 벌어졌고, 가람이 ‘도림란’이라고 하는 진란을 발굴하여 동국무진란을 반박하였다.

 

그러나 이 후에도 자생춘란에 향이 있는가하는 문제는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켰다. 1973년 대구지역 신문인 ‘영남일보’ 1027일자에 당시 대구지역 난인들의 「난()을 말하다」라는 좌담회 기사를 읽어보면,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문제가 한국춘란 유향종 문제였다.

 

그 후 ‘난과 생활’ 844월호에 정을병 난인이 쓴 〈난과 향기〉를 읽어보면 춘란 유향종 문제는 1980년대 초까지도 한국 난인들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난인들의 관심사는 일본의 난문화에 영향을 받아 유향종 문제와는 점점 멀어지고 난초의 형태와 색깔, 무늬에 온통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자생춘란에 대해 《양화소록》에서 주장하는 ‘동국무진란’과 가람 이병기난인의 ‘진란’에 대하여 오늘날의 우리난인들이 심도 있게 조명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춘란을 채집하기 위해 이산 저산을 다니다가 한국춘란 특유의 난향을 풍기는 자생춘란을 만난 경험이 더러 있었다.

 

내 주변의 많은 난인들도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 향기가 은은하고 맑은 청향은 아니나 약간 자극적이면서 가까이에서는 상당히 진하게 느껴진다.

 

가람 이병기난인은 이를 담향(淡香, 엷은 향기)이라고 했다. 그동안 난인들은 한국춘란에는 난향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분에서 꽃을 피워보면 그나마 조금 있던 난향마저 없어짐을 보아왔다.

 

그래서 한국춘란 일부에서 나는 담향을 무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춘란 꽃이 피어있는 난실에 들어가 보면, 일부 한국춘란에서 담향이 풍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한국춘란에서 향이 나는 것은 아니고 일부에서 향이 난다.

 

여기서 2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하나는 한국춘란에 유향종이 있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유향종 춘란을 분()에서 꽃을 피웠을 때에도 계속해서 향이 나는가 하는 것이다.

 

내 경험과 판단으로는 한국춘란에는 담향(淡香)을 내는 유향종이 별도로 있고, 또 이들 유향종은 배양법에 따라 분에서도 그 향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분에서도 난향이 계속되는 것은 요즘 난 배양이 일조량도 많이 주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서 미량원소를 잘 챙겨주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춘란을 오래 하고 있는 주변 난인들의 경험 이야기도 나의 생각과 같으며, 이는 가람 이병기난인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한국춘란 일부에서 나는 난향을 담향(淡香, 엷은 향기) 혹은 미향(微香, 약하게 풍기는 향기)로 표현한다. 한국춘란 유향종에서 나는 담향은 청향같이 은은하게 멀리 풍기지는 않으나 약간 자극적이면서 가까이에서는 다소 진한 특유의 향기이다.

 

한국춘란 유향종에서 나는 담향은 나름대로 특색이 있으며, 무시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중국춘란 역시도 일부에서만 난향이 있으며 그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송매’같이 우수한 청향을 가진 난은 아주 희귀한 품종이다. 난향을 참으로 귀하게 여기던 중국인들은 수많은 중국춘란 중에서 청향을 가진 명품들을 찾아 낸 것이다.

 

2000년도을 전후해서 우리가 중국춘란 무향종 무명을 마구잡이로 들여올 때, 한발 앞선 일본인들은 중국춘란 유향종 무명을 거둬갔다고 한다. 중국춘란 중에도 유향종이 귀하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이미 알았던 것이다.

 

한국춘란과 같은 학명을 가진 일본춘란의 난향은 어떠한가? 나와 주변 난인들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본춘란에서는 담향이나마 난향을 찾지는 못하였고, 일본 난인들로부터도 일본춘란에 향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일본인들도 일본춘란에서 향을 찾고자 무진 애를 썼을 것이다. 마침내 일본인들은 일본춘란에는 향이 없음을 결론 짖고, 무향종인 일본춘란에서 모양, 색깔, 무늬에서 예를 찾았던 것이다.

 

한국의 자생춘란 유향종 문제와 별도로 국내에서 배양되고 있는 유향종 춘란에 대해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한반도에서도 유향종 춘란이 전라도 도서지방에서 극히 일부나마 채취되어 소개된 바가 있다.

 

대부분 주부판이 길고 삼각피기 형태로 꽃 모양이 볼품없어 난인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였다. 이 난()은 중국으로부터 유향종 난 씨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발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00년도 초반에 중국으로부터 무향종 중국춘란 산채품이 대량 들어오면서 여기에 중국춘란 유량종이 일부 딸려 들어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춘란이지만 한국춘란과 혼재되어 있고, 엄격하게 구별할 수가 없으므로 한국춘란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유향종에 다른 예()가 있으면 더욱 좋고, 다른 예가 없더라도 향이 좋은 유향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므로 발굴하여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춘란을 전부 묶어서 향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춘란에도 담향(淡香)을 내는 난이 제법 있으며, 개중에는 진한 향을 내는 품종도 있다.

 

이 난은 일조량과 미량원소의 결핍이 없는 비배관리로 배양하면 분()에서도 산지와 같은 향을 유지시킬 수 있음이 확인 되었다. 한국춘란 중에 유향종이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이를 찾아서 무향종과 구분하여 관리하고 예우해야 할 것이다.

 

한국춘란은 형태, 색깔, 무늬 등에서 우수한 예를 갖춘 품종이 많은데 여기에 난향을 가진 난이라면 금상첨화이다.

 

한국춘란 유향종에 대한 난인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우수한 유향종이 하루속히 많이 개발되고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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