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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칼럼> 막신일호(莫神一好)
기사입력  2020/08/15 [02:08]   이성보 거제자연예술랜드 원장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역사와

애란인의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2020.8.14일 현재 사이버전시회에 3.140점을 전시중입니다)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 창간5주년(2020.5.1) 기념

12.000작품 사이버전시회 개최

● 일 시 : 2020.4.1(수) ~ 2021.3.31(수) 12개월. (매일 10점이상 게재)

● 장 소 :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www.nantogether.com

● 출품전시작 : 한국춘란 10.000점, 풍란, 석곡, 새우란, 한란, 구화 등 1.500점

                     수국 250점, 제주풍광사진 250점 등  총 12.000점

 

▲ 거제자연예술랜드 미니 '장가계'의 봄     ©김성진

 

막신일호(莫神一好)

 

우수절이라서인지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에도 훈기가 느껴진다. 어느 사이에 수선화의 새촉이 눈에 확 띌 정도로 솟아 있다. 동장군이 꽃샘추위를 앞세우고 심술을 부리고 있으나 머잖아 퇴각 명령을 내릴 것 같다.

 

이곳 거제난연합회에서도 3월 전시 준비 관계로 모임이 잦다. 나이 탓으로 여러 명의 연합회 고문 중 나를 왕고문으로 칭하는 통에 요령을 피우지도 못한다. 왕고문은 키순서라고 놀리기도 하나 숫제 못 들은 척하고 있다.

 

설을 쇠고 또 나이를 먹었다. 근간에 들어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조바심 때문인지 나이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올해 초 KBS인간극장에서 100세의 김형석 교수를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 98세 이후에 두 권의 책을 낸 김형석 교수, 나보다 27년 연장자시니 존경과 함께 어떤 희망도 안겨주었다.

 

얼마 전 일이다.

작업장에서 조금 늦게 왔더니, 조금 빨리 왔으면 만날 사람이 있었는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집사람이 나를 기다린 이유는 이러했다.

 

양산시에서 여섯 명의 관람객이 왔는데, 다섯 명은 빨리 입구로 나왔는데 한 사람이 30분이나 늦게 나왔다. 늦게 나온 이는 자신이 75년생이라며 올해 45세인데, 선친이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었다며 이곳을 조성한 사람을 찾더란다.

 

어린 날에 본 아버지는 수석과 난, 바둑에 심취하셨고, 자기 세계에 빠진 아버지가 몹시 싫었다. 그러다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수석 좌대를 깎고 있단다.

 

전시장을 돌아보는 내내 아버지가 그리웠고, 주인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단다. 기다리는 일행들 때문에 봄날에 다시 오겠다는 그에게 집사람은 칼럼집 한 권을 선물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44년생이면 나보다 세 살 연배시다. 그가 75년생이면 큰애와 같은 나이고, 딸과 아들 또한 손녀 손자와 비슷한 또래다. 더구나 선친이 수석과 난, 바둑에 심취하셨다니 모르긴 하나 나와 비슷한 과가 아닌가 하여 자식같다는 생각에 왠지 그를 만났으면 해서 수소문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나도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나면 누군가 떠올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관계가 좋았던 사람은 좋은 추억으로, 나빴던 사람은 나쁜 추억으로 말이다. 어떤 사람으로 떠올려질까 하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것저것 손대고 펼쳐놓은 것이 많았다. 난이며, 수석이며 정원석, 미니장가계, 실생산수화, 인상석, 석부작, 그런가 하면 글줄이나 쓴답시고 산문이며, 수필이며, 시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으니 낭패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순자(荀子) 권학편에 오서지기(鼯鼠之技)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날다람쥐의 재주라는 뜻으로, 재주는 많지만 변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비유한다.

 

날다람쥐는 일반 다람쥐보다 몸집이 3배 정도 크고 재주가 다섯 가지나 된다. 다섯 가지 재주란 날고 기고 헤엄치고 또 구멍도 파고 달리기까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탁월한 재주다.

 

하지만 그 날다람쥐가 제 재주를 뽐내며 날아봤자 지붕에도 미치지 못하고 기어 올라가더라도 나무 끝에는 이르지 못하고, 헤엄도 쳐보지만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구멍을 파더라도 제 몸 하나 숨기지 못하며, 달리지만 사람보다 빠르지 못하다.

 

즉 날다람쥐가 이것저것 재주를 갖고 있긴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기에 궁지에 빠지는 일이 많다. 이런 경우를 오서지궁(鼯鼠之窮)이라 한다. 오서지기(鼯鼠之技)는 날다람쥐처럼 여러 일을 얕게 하지 말고 한 가지라도 잘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선한 것은 수양에 의한 것일 뿐이다라는 성악설(性惡說)이란 학설을 주창했다. 선천적인 자질보다는 후천적인 배움을 중시했기에 권학편 곳곳에 중도에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역설했다. 공부는 원래 하나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없고 강한 근육과 뼈도 없지만 위로는 진흙을 먹고 아래로는 깊은 땅속의 물을 마실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마음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날다람쥐며 지렁이를 보는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순자는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죽비보다 강한 교훈을 주고 있으니, 바로 막신일호(莫神一好). 하나를 좋아해서 거기에 미치고 미쳐서 통달하는 것, 그것보다 더 신명나고 좋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도 보물 같은 수칙인가.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속담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자괴에 빠진다. 한 가지 일에 미쳐볼까 싶다가도 나이를 헤아리며 망설이던 중 김형석 교수를 떠올리며 자세를 고치고 결의를 다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몇 번이나 되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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