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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칼럼> 주름
기사입력  2020/08/19 [00:13]   이성보 거제자연예술랜드 원장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역사와

애란인의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2020.8.17일 현재 사이버전시회에 3.190점을 전시중입니다)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 창간5주년(2020.5.1) 기념

12.000작품 사이버전시회 개최

● 일 시 : 2020.4.1(수) ~ 2021.3.31(수) 12개월. (매일 10점이상 게재)

● 장 소 :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www.nantogether.com

● 출품전시작 : 한국춘란 10.000점, 풍란, 석곡, 새우란, 한란, 구화 등 1.500점

                     수국 250점, 제주풍광사진 250점 등  총 12.000점

 

▲ 거제자연예술랜드 능곡 이성보 원장과 환담하는 난과함께신문 발행인 일송 김성진     ©김성진

 

주름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코로나19로 하루하루를 견디기가 죽을 맛인데, 거기다 폭우까지 겹치고 보니 사는 게 버겁기만 하다.

 

더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의 2020, 2021 가을, 겨울에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발생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는 발표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어쩌리오. 참고 견딜 수밖에.

 

며칠 전 일이다. “강원도 하조대 쪽으로 오시는 길이 있으면 뵙고 싶다는 문자를 이덕곤이라는 분이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이덕곤 씨가 떠오르지 않았다. 카톡 속의 사진을 확대해 보고서야 그가 누군 줄 알 수 있었다.

 

가물가물하는 기억의 끈을 붙잡은 끝에 얼추 35년이 넘는 그와의 지난날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산채를 같이 갔던 일이며 술자리를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었다. 사진 속의 그는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얼굴에 주름살 하나 보이지 않고 팽팽했다. 주름투성이에다 저승꽃까지 피어난 내 몰골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추억의 장미1960년대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세계적 명화다. 안나 마니냐는 이탈리아 영화배우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과는 딴판으로 늙어버린 그녀가 어느 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진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부탁을 했다.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얼굴의 주름을 수정하지 말아주세요.” 사진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단순한 얼굴 주름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 일화가 지금껏 회자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름은 늙음의 징표다. 일반 사람들, 아니 여유 있는 대부분의 여자분들은 보톡스 따위의 주사를 맞는다든지 하여 늙음의 징표인 주름을 감추려고 애를 쓴다. 그것도 유명 여배우라면 더더욱 그러하지 싶은데, 일화 속의 그녀는 주름에 당당했다. 백발이며 주름은 치열하고 준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오히려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뭇 감동적이기에 뭉클한 무엇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이 일화가 회자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고희를 넘기고 나서 마주치는 일에 대하여 하나같이 나이와 결부시킨다. 어떤 것은 피하고, 또 어떤 것은 나이를 감안하고, 또 다른 것은 나이 때문에 택하기도 한다. 이는 죽을 날이 가까워짐을 의식해서 비롯된 것이다.

 

장맛비가 계속되던 날 세 사람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중 한사람은 매란방 홍승표 형이다. 그와는 십수 년전 이곳 장승포 해양식당에서의 졸복국 식사가 마지막이었다. 간간이 오가던 안부전화도 꽤 오래 전에 끊겼다. 남도의 끝자락에서 세상과 절연하다시피 살다보니 사람 구실을 못하고 사는 것 같아 부끄럽다.

 

지난 날 서초동 매란방 근처에서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만나는 주당이 있었다. 이름하여 三水會였다. 3차가 기본이었다. 좌장은 당시 잘나가던 홍승표 형이었다. 술값을 거의 도맡아 냈다.

 

주당들의 생사를 모른 채 살아온 세월이 오래다. 제주의 一松만이 자주 안부를 물어온다. 목돈 한 번 쥐면 주당들을 만나리라 하였건만, 그 맹랑한 돈이라는 놈이 눈치를 채고는 내 주위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병든 몸이라 술을 멀리하라는 주치의의 분부 때문에 주당들을 만나는 일이 두렵기만 하다. 홍승표 형의 명복을 빌 따름이다. 저승에서 만나면 술대접 거하게 하리라 다짐한다.

 

또 한 사람은 스티브 빙(55)이다. 그는 미국의 억만장자로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였다. 미국 LA에 있는 자택에서 추락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내려지자 우울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빙의 사망 당시 남겨진 그의 재산은 49,000만 달러(7,1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돈이 시작과 끝이요, 삶의 전부인 세상인 줄 알고 있는데 빙의 죽음을 두고는 헷갈린다. 돈이 전부가 아닌 모양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그와는 일면식도 없고 더구나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만 그를 떠올린 것은 F.J. 하이든의 명예는 얻기 어렵고, 생전에 유지하기는 아주 어렵고, 사후에도 보존되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이 실감나서였다.

 

빗줄기가 또 무슨 일을 낼까 두렵다. 흐르는 물줄기가 이내 굵어졌다. 사람도, 돈도, 명예도 물길 따라 흘러가고 있다. 유리창에 얼비치는 주름진 내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 아등바등 매달리는 자신이 가여웠다. 누가 볼세라 얼른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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