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9 한라산 성판악에서
육지에 있을 때 겨울이면 한라산 빙화를 담고 싶어 제주를 자주 찾았는데 한번도 성공을 못했다. 성판악입구에서 진달래산장 가는 중간지점에서 만난 설경인데, 한라산에서 찍었다면 믿지를 않는다.
겨울에 성판악쪽에서 출발하여 한라산을 등반한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조릿대가 많아 사진과 같은 풍광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며칠 전부터 제주쪽 일기예보를 보니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싸늘하여 빙하를 만날 것같은 예감이 들어 부랴부랴 봇짐(?)을 싸들고 제주로 직행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꼭꼭 누르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아뿔싸! 성판악입구에서 부터 눈이 녹아 빙하는 커녕 설화도 볼 수 없었다.
'꿩 대신에 닭'이란 말이 있다. 나무만 쳐다보고 걷다가 지면을 응시하는 순간 조릿대와 조릿대 사이로 부드러운 동산과 적당한 그림자가 어부려진 멋있는 설경이 눈에 잡혔다.
그러나 문제가 많았다. 주변에 장애물이 너무 많아 고민끝에 낮은 포복, 중간 포복, 높은 포복을 수십번 하면서 셔터를 눌렸다. 동작을 바꾸는 찰라에 틈새가 보였다. 숨가쁘게 찰깍 찰깍 셔터를 눌렸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건넨다. "신문사 기자입니까?", "잡지사 기자입니까?" 사진 한 컷하는 모습치고는 과한 액션을 취하였던 모양이다.
결과물이 너무 궁금하여 등반을 중간에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만세! 만만세! 의도했던 작품이 탄생했다. 혹시나 행여나 싶어 다음날 새벽에 현장을 찾아보았더니 흔적도 없었다.
오늘 일송의 사진을 좋아하는 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난께함께' 신문에서 작품감상을 잘했다는 인사전화다.
한참을 빙글빙글 말을 돌리더니 어렵게 용건을 말한다. "작은 사이즈라도 가능하겠느냐?" 고. 쾌히 중형 사이즈로 사진을 보내기로 하였다. 생전에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까...
<수류화개실 일송정에서 일송>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