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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아름답고 멋있고 재미있는 애란생활을 위하여
기사입력  2018/12/13 [02:31]   일송 김성진

 ※아래 글은 필자가 월간 난과생활에 2년여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2006년 9월호에 실린 글이다. 12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한국난계가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리뷰를 해보았다. 

 

▲ 석곡 투구화 '백옥'     ©일송 김성진

 

후텁지근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현상이 벌써 열흘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예보에 의하면 8월 중순까지는 더위가 계속 될 것이라 한다. 불별 더위와 열대야현상 때문에 사람도 견디기 힘들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강으로 피신을 하는 데 난초도 얼마나 힘이 들겠나 싶다.

 

춘란은 재배장소와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빠르면 5월부터 화장토를 뚫고 나온 신아들이 장마가 시작되는 날부터 8월과 9월이 가장 잘 자란다. 쑥쑥 자라는 신아를 보는 재미가 솔솔 하여 평소에 난초에 관심을 소홀히 하였던 난인들도 아침. 저녁으로 난실을 드나드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러나 모든 신아들이 쑥쑥 자라주고 자기가 원하는 무늬가 나오고 후육에 광엽으로 잎 장수도 6장 이상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이 시기가 난인들로서는 일 년 농사를 다 짓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일년 중 가장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주기가 겁이 나 밤을 새우다 시피 하여 온도가 조금이라도 더 내려간 새벽녘에 주는 사람도 있고, 과감하게 한낮이나 초저녁에 물을 주는 사람도 있다. 경험에 따른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물을 주고 난 후 난초를 하나하나 점검 하다가 연부병과 구경썩음병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였을 때의 참담한 심정은 말로써 표현할 수가 없다. 수년간 애지중지하던 난초를 하루아침에 저 세상으로 보냈을 때의 심정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난초가 쳐다보기도 싫은 경험을 한 난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초보자나 중급자나 고수들이나 정도의 차이일 뿐 이 시기가 되면 가슴 아픈 경험을 많이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단지 고수들은 연부병과 구경썩음병에 대한 경험의 축적으로 사전에 철저한 방제를 실시하고 난초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진력하고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현명한 답을 조금 더 안다는 것뿐이다.

 

혹서기를 넘기는 지혜를 발휘하여 올해는 우리 모두 가슴 아픈 일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자.

왜(?) 수많은 난인들이 난초라는 풀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고황의 병’에 걸려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맹렬난인을 남편으로 모시고 산다는 중년여인의 하소연도 있고 하여 최근에 만나는 난인들에게 불문곡직하고 던지는 말이 “그 어려운 난초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다.


“노후대책의 일환이 되기 때문에”
“재테크의 수단으로 최고의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난초를 재배하면 주위에 고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전국적인 명예와 명성을 얻을 것 같아서....”
“아름다움과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하여...”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여...”
“다양한 직업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전국의 난인들과 교제를 위하여...”
“회색잿빛의 아파트가 삭막하여 베란다 장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등등 난초를 애배하는 다양한 동기와 이유들을 갖고 있다

난초를 재배하는 이유도 다양하듯이 난인들도 다양한 가치관을 소유하고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난초를 재배하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갖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거나, 식물 재배에 아주 관심이 많은 특수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취미라고 생각하였다.

세월이 흘러 요즈음은 난초를 재배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 대중화가 된 것 같다. 어지간한 관청이나 기업체 사무실에 가 보면 선물용으로 들어온 난초가 사무실 곳곳에 있다. 난초가 없는 사무실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개업이나 승진, 전보 등이 있을 때는 난초화분으로 가득하다. 난대중화의 가장 큰 공로자는 봄이면 전국방방곳곳 100여 군데 이상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일등공신이고 난 전문잡지도 난의 보급 및 대중화에 기여를 많이 하였다.

 

난대중화의 영향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난초를 애배하고 취미로 한다. 난 인구의 증가로 난초와 관련한 산업도 발전하여 난상인과 재배가, 난 관련 부대산업인 난 자재, 비료, 농약 등을 만드는 회사도 많이 생겨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더구나 전주, 함평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난초도 순수한 취미보다는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난=돈’ 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며 현실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미 매스컴을 통하여 고급난초의 가격이 엄청난 고가인 것을 일반인들도 알고 있고 국제적(중국, 일본, 대만)인 추세는 한국난계보다 훨씬 앞질려 난초는 녹색의 보석으로 일반 보석보다 엄청난 고가로 거래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지난봄에 두 번 다녀온 중국전국대회와 호북성 전시회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한 마디로 기절초풍 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 전시장관람이 유료인데도 불구하고 전시장에 몰려드는 인파와 열기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금이라도 빨리 입장하여 난초를 관람하려는 의지가 100m 육상선수들을 능가할 정도였다.

 

국민소득에 비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로 활발하게 거래되는 난초들을 보았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특히 운남성과 사천성의 난 관련자들이 전국대회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하여 전세비행기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옛날부터 난초를 취미로 한다고 하면 고고한 선비정신과 고매한 인품을 겸비한 사람들의 전유물인 고상한 취미였고 지금도 난계 바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난초를 한다고 하면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속사정이야 시정의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저런 난모임에서  만나는 난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난초를 하는 재미가 없다고 푸념삼아 이야기들을 한다.  


"왜? 난초가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습니까?“
“몇몇 스타품종만 난초로 대접해주고 나머지는 거래도 안 되고.....”
“작년에 인기가 있고 돈이 된다고 하여 구입한 스타품종의 난초가 1년도 채 안 되었는데 가격도 많이 하락하고 매매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구입한 지 1달도 채 안된 난초가 원인도 모르게 죽었습니다.”
“스타품종이라고 하여 고가로 구입한 난초가 신아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중투를 고가로 구입하였는데 ‘자연산’ 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어디에 하소연 할 데가 없습니다.”
“한국춘란 꽃이라고 고가로 구입하였는데 일본춘란 혹은 중국춘란 이라고들 뒤에서 쑥덕거리기만 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해주지를 않아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등등.....
일부의 목소리겠지만 누군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짙게 배어있다.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하는 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생강근이 달린 산반복륜 1촉을 껌 값에 구입하였는데 전국 최고수준의 복륜복색화가 2년 째 피어 주었습니다.”
“몇년 째 꽃에 반점이 나와 반품을 하려던 황화소심을 배양방법을 달리 하여 재배하여 올봄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지 않습니까?
“10여 년 전에 중투복색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 4촉을 구입하였는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비밀이라 공개하기는 곤란하지만 촉수도 꽤 증식이 되었으며 전국에서 분양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전국대회에서 큰 상도 제법 받았지요.”
“정년퇴직을 하고 생계걱정은 안하지만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기우에 불과하더군요. 국내.외 봄. 가을 난초전시회 구경을 하려 다니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품안에 자식이라고 자식들 결혼시켜 분가해주고 내외간에 사는 재미가 쓸쓸하고 적막하여 자식들이 언제쯤이나 오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즈음 난초 재배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불교의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땅을 가진 이는 땅으로 인해서 즐거워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나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건덕지도 없으리라.”

 

이어서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땅을 가진 이는 땅으로 인해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그러나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건덕지도 없으리라.

‘멋있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애란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첫째로, 경험이 풍부하고 박식하고 객관성이 검증된 훌륭한 사부를 찾아 지도를 받는 것이 시행착오와 속칭 수업료를 덜 낼 수 있는 방안이다.


둘째로, ‘난초는 기다림의 미학’ 이라고 한다. 가능성이 있는 품종이라 판단이 되면 최소한 3년에서 10년 이상 재배를 한다고 생각하면 한 품종만으로도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거나 인기 내지는 스타품종에 너무 치중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이라고들 한다.


셋째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하여야 한다. 자기와 재배환경이 비슷하면서 난초를 잘 키우고 작품을 잘 만드는 난인이 있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라도 재배방법을 배워야 한다.


넷째로, 난계의 중심부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많이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경제력이 있는 난인은 돈으로, 인격을 갖춘 난인은 인품으로, 경제력이 약하고 젊은 사람들은 행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할애하여 난인이라면 한국난계에 일조를 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 난인이라 자칭 한다면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과 난초의 성정을 배우면서 인격도야와 인품함양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멋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멋은 사치도 아니고 거만이나 교만도 아니고 겸손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끝으로 난초를 오래 재배하다 보면 ‘희로애락’이 수도 없이 교차한다. 현재 국내에서 고수반열에 있는 대가들도 초보시절 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생일란’을 찾고 있고 명명할 종자를 찾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난계에 선구자적인 선배들의 희생과 개척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난계가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고로, 후배들은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때 진정한 난계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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