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蘭 역사와
사람 고르기와 난 고르기
‘한 잎 져서 천하에 가을이 옴을 안다(一葉落而 知天下秋)’라 하더니만 통째로 오는 시골의 가을을 몰라서 하는 소리 같다.
산천의 색깔이 일시로 변하는가 했더니 살갗에 와닿는 공기가 솜털같이 가볍다.
우리 하늘이 정겹지 않은 계절이 있을까만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어름의 짙푸른 하늘빛은 참으로 곱고 정갈하다.
이따금 팔자진형(八字陣形)으로 나는 새떼도 보인다.
물가에 가을 저무니
찬 하늘 높이 기러기 떼 날아라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충무공의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과 비슷한 정황이다.
푸나무가 시들어가고 계절이 한해를 거둠질하는 가을엔 부질없이 회고(懷古)의 애상에만 젖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일수(一穗)의 청등(靑燈) 밑에서 만고의 예지(叡智)를 목마른 듯이 길어 올리는 것도 가을이 제철이다.
결혼의 계절인지라 몇 군데 예식장을 다녀왔다.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고르는 일이 결혼이니 인륜대사라 하지 않던가.
자작나무의 속은 검은 기름으로 가득 차 있어 전기가 없던 시절 등불이 되어 어둠을 밝혔다. 자작나무로 불을 밝혀 혼례를 치렀기에 결혼을 의미하는 화촉(華燭)은 자작나무 화(樺)에서 유래하였다. 피부색이 하얀 자작나무의 속이 검은 점이 흥미롭다.
위선자와 가식하는 자가 너무 많은 세상이라 참된 사람을 고르기가 쉽지 아니하다.
장자(잡편) 32편 ‘열어구’에는 공자의 사람보는 법 아홉 가지가 나온다.
대체로 사람의 마음은 산과 강보다 험하여 하늘을 알아보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하늘에는 봄, 가을과 겨울, 여름 및 아침․저녁의 일정한 변화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표정을 굳게 하고 감정을 깊이 감추고 있다. 외모는 성실한 듯 보이면서도 마음은 교만한 자가 있고, 외모는 잘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못난 자가 있고, 외모는 신중한 듯하면서도 마음은 경박한 자가 있고, 외모는 건실한 듯하면서도 속은 유약한 자가 있고, 외모는 느린 듯하면서도 마음은 급한 자가 있다. 그러므로 목마른 듯이 의로움으로 나가는 사람이 뜨거운 것을 피하듯 의로움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시험할 때 먼 곳으로 일을 보내 충성됨을 살피고, 가까이 두고 일을 시켜 그 공경심을 알아보고, 번거로운 일을 시켜 그 재능을 알아보고, 갑작스런 질문을 하여 그 재치를 알아보고, 어려운 약속을 하게 하여 그 신의를 알아보고, 재물을 맡겨 그 어짐을 알아보고, 위험을 알려주어 절의(節義)를 알아보고, 술을 마시게 하여 그 법도를 알아보며, 남녀가 함께 자리하여 호색의 정도를 알아보게 하라. 이 아홉 가지를 살펴보면 덜 된 사람(不肖人)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아홉 가지의 경우에 대처하는 태도를 알아보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살펴보라는 말이겠으나 이재술에 관한 내용은 없다.
공자가 말씀하신 아홉 가지의 항목으로 남의 됨됨이를 살피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남을 평가하는 사람의 안목은 각기 다르다. 사람의 겉을 보아 속을 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외양에 치우쳐 내면의 능력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빛 좋은 개살구는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를 이르는 말이나, 일단은 겉이 좋아야 후한 점수를 받는다.
예로부터 사람을 아는 방법으로 친구와 장서와 돈과 주색을 들었다. 네 가지가 하나같이 밖으로 보이는 것만 말하고 있으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였으니, 표리가 일치하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지만 있는 모양이다.
도로변에 떨어진 은행을 줍기에 열심이다. 더러는 가지를 흔들어 대기도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의 영혼도 아람처럼 여문다.
난을 고르기도 이맘 때가 적기다. 봄에 올라온 새촉의 발육상태를 확인하기가 알맞기 때문이다.
묘반작(苗半作)이라 했다. 종자가 좋으면 이미 반은 배양했다는 말이다.
사람 고르기도 어렵고 좋은 난을 고르기도 어렵다. 인선(人選)이나 난선(蘭選)이나 안목이 문제다. 안목은 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심신이 고달프기는 해도 책장에 눈을 돌릴까보다.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