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詩 > 이성보 칼럼, 詩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성보 칼럼> 봄날
기사입력  2020/05/09 [05:25]   이성보 거제자연예술랜드 원장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역사와

애란인의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힘내자! 한국난계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 창간5주년(2020.5.1) 기념

5.000작품 사이버전시회 개최

● 일 시 : 2020.4.1(수) ~ 12.31(목) 8개월. (매일 10점이상 업데이트)

● 장 소 :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www.nantogether.com

● 출품전시작 : 한국춘란 3.000점, 풍란, 석곡, 새우란, 한란, 구화 등 1.000점

애란인인물&행사사진 500점, 수국 250점, 제주풍광사진 250점 등  총 5.000점

 

▲ 거제자연예술랜드  '장가계'의 봄     ©김성진

 

봄날

 

만발한 꽃이며 돋아난 새잎들로 해서 4월은 아름답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미풍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렇듯 화려하고 생명력이 약여하는 4월을 두고 T.S. 엘리어트는 왜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4월은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 라일락 피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어나게 한다. (하략)

 

그가 1922년 발표한 ‘황무지’라는 시의 앞부분이다. 이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연이 있어 이곳 후정에다 대작 석주(일명 미니 장가계) 100점을 만들기로 한 지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사연 이야기는 뒷날로 미룬다.

다행히 지난겨울 날씨가 그리 춥지 아니하여 석주 제작에 도움이 되었다. 석주 큰 것의 높이는 8미터를 웃돈다. 8미터면 대략 50cm 길이의 돌 열댓 개를 이어붙여야 한다. 열댓 개의 마디마디에 눈향나무를 비롯하여 마삭덩굴이며 연산홍 등 수십 종의 나무를 생명토를 주재료로 한 식재로 붙이고는 이끼로 마무리한다.


봄기운을 입고 돋아나는 새순들로 해서 석주는 제법 모양새가 다듬어졌다. 4월 들어 풀린 날씨에 이를 감상하느라 간이 안락의자를 마련했다. 안락의자를 뒤로 젖혀 거의 누운 자세로 무리 진 석주를 감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화가 지자 진달래며 개나리가 피고 뒤이어 복숭화가 만발했다. 벚꽃 세상이 되었는가 했더니 연산홍이 제 세상을 맞았다. 모두가 석주 주변을 장식한 꽃들이다. 무릉도원이 별거냐고 흔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곳을 찾는 이들도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그래도 풍류를 알 만한 분들께 간이 안락의자에 앉기를 권하곤 한다.

 

그리고는 “보이는 하늘 2,000만 평, 주변 산 150만 평, 앞의 저수지 15만 평이 전부 내 것인데 세금 때문에 소유권 등기를 안했노라” 너스레를 떨며 부담없이 보고 즐기기를 권했다.


누워서 본 별천지, 그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만석군이 되곤 했다. 코로나 19로 세상이 멈춘 가운데 총선도 어제 끝났다. 낙선한 이들을 생각하며 잔인한 4월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활기 넘치는 선량들,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 문득 ‘하양현의 돼지’ 생각이 났다.

 

소동파(蘇東坡)는 송나라 사람으로 천하의 명문장으로 꼽히는 적벽부(赤壁賦)를 남긴 시인이다. 그는 대단한 식도락가로 전국 이름난 음식들은 모두 맛봐야 직성이 풀렸다.


어느날 소동파는 하양현이라는 마을에서 기른 돼지고기맛이 천하일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하인 한 명을 불러 돼지를 사오도록 시켰다. 그런데 그 하인은 힘깨나 쓰지만 술만 마시면 실수를 저지르는 통에 술은 절대로 입에 대지 말고 조심해서 돼지를 끌고 오도록 여러 번 다짐시켜 길을 떠나보냈다.


하인은 하양현에서 돼지를 샀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리곤 집 근처까지 돼지를 무사히 끌로 왔는데, 그만 길가 주막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이끌려 술을 마시고 말았다. 술에 골아 떨어졌다 한참 만에 깨어났다.


‘내 돼지’ 하며 화들짝 놀라 주위를 살폈으나 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인은 하는 수 없이 인근 농가에서 돼지 한 마리를 구해 집으로 갔다. 매우 기뻐한 소동파는 그날 밤 돼지를 잡고 근처에 사는 저명한 학자와 시인, 평론가를 초대했다. 푸짐한 요리상이 나오자 소동파가 흐뭇한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드시지요, 이 고기는 천하일품인 하양현의 돼지고기입니다. 허허.” 그러자 고기를 한 입씩 베어문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과연 냄새부터 다르군요.”
“하양현 돼지고기는 역시 일품이군요.”
“게다가 고기 빛깔도 다르고”
“그럼요, 하양현 돼지는 사료부터 다른 걸 먹는데.”


모두 만족해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이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돼지가 돌아다니기에 잡아왔습니다. 이 댁 하인이 하양현 돼지를 잃어 버렸다던데 혹시 이 돼지가 아닐런지요”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 소동파가 문을 열도록 하니 허름한 농사꾼이 돼지 한 마리와 서 있었다.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 나 같은 서민은 하루를 버티기가 버겁다고 아우성이다. 모두가 하인에게 속은 소동파가 되지 않을는지 석주 끝에 걸린 구름을 보는 심사가 수수롭다.


삶은 곧 죽음을 의미하며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황무지’, 엘리어트의 심중을 알 것 같기도 한 봄날이다.


천안에 계시는 전정석 애란인이 ‘이화에 월백하고’로 시작되는 이조년 선생의 시조와 함께 성환의 만개한 배꽃 정경을 담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거리두기로 사람이 그립던 차에 어찌나 고맙던지.


난 잎에 봄바람이 스치운다. 꽃들이 피고 지던가 말던가 봄날은 가고 있다.
하수상한 시절이다.

 

 

 

 
ⓒ 난과함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이성보 칼럼 봄날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창간5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