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짧고 침묵은 하염없이 긴 넉 줄 종장 시
풍경(風磬)
- 육근철 -
열십자
치고 또 치네
물고기
우는 뜻을
처마 끝
탱그렁 탱그렁 우는 풍경을 보았는가?
사찰의 처마 끝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것을 잘 살펴보면 풍경 속에 열십자 모양의 추가 있고, 이 추에 물고기가 매달려 있다. 바다에서나 살아야 할 물고기가 왜 하늘에 매달려 있을까? 그리고 이 물고기 지느러미 끝을 보았는가? 왜 기독교의 십자가 모양 열십자 추가 종을 치고 있을까? 신기한 일이다.
추가 열십자 모양이면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도 쉽게 종소리를 낼 수 있고, 십자형 추에 물고기를 매단 것은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뜨고 잠을 자기 때문에 늘 깨어 있으라는 의미에서 물고기를 매달아 놓았단다. 풍경 소리가 바람에 의해 탱그렁 탱그렁 울릴 때 마다 우리의 하루를 반성하고 깨달음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풍경이 절의 처마 끝에 매달아 놓는 불교의 장식품으로만 생각하지 말 일이다. 절에 가지 못한다 해도 집의 처마 끝에 풍경 하나 쯤 매달아 놓고 탱그렁 탱그렁 소리 들으며 마음 닦을 일이다. 그러면 좀 더 맑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창의적 아이디어는 호기심에서 시작되고, 호기심은 주의 깊은 관찰과 분석에 의해서 해결된다. 시끄러운 학교종이 땡 땡 땡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울리는 풍경 소리, 탱그렁 탱그렁을 들으면서 마음 닦을 일이다.
gdyu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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