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蘭 역사와 애란인의 蘭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2020.10.11일 현재 사이버蘭전시회에 4.250점을 전시중입니다)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 창간5주년(2020.5.1) 기념 12.000작품 사이버蘭전시회 개최 ● 일 시 : 2020.4.1(수) ~ 2021.3.31(수) 12개월. (매일 10점이상 게재) ● 장 소 : 인터넷난신문 '난과함께' www.nantogether.com ● 출품전시작 : 한국춘란 10.000점, 풍란, 석곡, 새우란, 한란, 구화 등 1.500점 수국 250점, 제주풍광사진 250점 등 총 12.000점
가짜난초
몇 년 전의 일이다. 청명한 하늘과 소슬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끌려 금정산을 찾았다. 범어사 주차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고 산행 출발에 앞서 무리무리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
에 6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혼외자식이 맞다 안 맞다’ 하면서 서로 핏대를 올리면서 다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채동욱 검찰총장 이야기다.
DNA검사로 사실을 밝히면 간단한 문제겠지만 당사자가 정곡을 피해가다 보니 정황만을 가지고 TV 공중파방송, 종편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까지도 가세하여 의혹에 따른 이야기로 한동안 소모전을 펼친 사건이다. 진위를 가리는 것이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참으로 어려울 때가 많고, 갈등 조장과 함께 마음고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원군 이하응 (1820~1898년) 의 난초그림(墨蘭圖)은 가짜가 많기로 유명하다. 대원군의 그림 절반 이상이 가짜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고, 가짜시비는 그의 생전에도 많았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그의 난초 그림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대원군은 그의 사랑방에서 문하생으로 하여금 대신 그리게 한 다음, 자신은 거기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어디든 유명세를 타고 거기다가 돈이 결부되면 가짜가 난무하고 혼탁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이나 예술이나 할 것 없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수년 전, (사)부산난연합회가 개최한 제13회 ‘부산난연합명품대회(대회장 정계조)’에 홍두화(紅豆花)가 출품되어 대회 측에서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다. 총 4촉(산채촉 2촉, 배양촉 2촉)에 앙증맞고 색이 선명한 홍두화 3대가 피어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심사에 앞서 전시장 안은 온통 이 홍두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혹시 인위적으로 만든 꽃이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심사를 하나마나 대상이라는 쪽이 우세했다.
더구나 출품자 소속 난회에서는 출품자의 말만 듣고 산지가 어디며, 언제 채집을 하여 어떻게 키웠으며, 꽃을 피우는 과정도 보름정도 지켜보았다고 주장하니 의심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었다.
심사위원들도 상당히 곤욕스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대회장인 나는 심사에 앞서 심사위원들과 구수회의를 하였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마지막 포의가 말라 있는 점(자연발색의 경우에 마지막 포의는 대체로 깨끗하다.), 꽃 3대가 모두 주‧부판, 봉심이 고르게 깨끗하게 물들여져 있는 점(실제로 발색을 해보면, 3대가 모두 봉심까지 고르게 발색되기가 어렵다.),
이 정도의 꽃이라면 산채 때나 발색과정에서 주변에 알려 졌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 점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결국 산채 촉을 제외한 배양 촉이 3촉 이상이어야 시상 자격이 있다는 대회 심사규정을 들어 심사에서 제외하였다.
대회기간 중 계속해서 이 꽃 때문에 잡음도 많았고 부산난연합회 회원은 물론 여러 난인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끊이지를 않았다. 전
국의 내로라는 상인들도 그 꽃을 보기 위해서 모여들었고, 연신 사진을 찍어 됐고, 스마트폰으로 전국 동호인에게 사진을 날려 보내기에 바빴다.
대회 규정을 들어 심사를 제외하였으니 더 이상 말은 못했으나, 그 꽃을 진품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은 대회장인 나에게 오해와 함께 원망하는 눈치였다.
다음에 꽃을 피워 발표하면 되니까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라고 타일렀으나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홍두화가 대상을 받으면 고가(그 당시 이야기로는 촉당 1억원이상)에 사 가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상(賞)에서 제외됨으로서 거래가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난초 1화분이 모두가 즐거워야할 난 축제에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다. 전시회를 마친 후에도 그 홍두화의 진위여부를 두고 끊임없이 말이 많았다. 결국 그 홍두화의 진위여부는 다음해에 그 꽃을 피워서 증명하고, 진품으로 확인되면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 후 몇 해 동안 그 꽃을 기다렸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해마다 발색이 되고 있다는 등 소문만 무성하였고, 몇 년을 기다려도 그 홍두화의 꽃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러 번 시도해 보았으나 색화 근처에도 못 갔으니 가짜로 만든 난초임이 확연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난인들을 힘들게 한 사건이지만, 그나마 슬기롭게 해결하여 난 축제에 오점을 남기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난 전시회 때마다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가짜를 진짜로 알고 큰상을 주었다가 취소한 경우도 있고, 가짜난초로 인해 두고두고 뒷말이 무성한 대회도 더러 있었다.
한국춘란의 난문화가 태동한 80년도 초중반에는 가짜 시비가 별로 없었으나, 80년도 후반부터 한국춘란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가짜난초의 등장과 함께 그 시비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난초 거래 때와는 달리, 전시회에서는 짧은 심사 시간 동안에 난초의 진위여부를 가리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큰 상(賞)을 받을 정도의 작품이 갑자기 출품되었을 때 더욱 그렇다.
가짜난초를 출품한 자는 대부분 유통 상인의 말만 믿고 구입하였으므로 그 난의 출처를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 출품자의 위신과 상인의 돈이 결부되고 보니 쉽사리 물러서지 않고 우겨댄다. 문제가 발생하면 쉽사리 잘 풀리지 않고 서로 간에 주장만 오가며 갈등을 조장한다.
가짜난초 시비는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위적으로 가짜 꽃을 만드는 경우이다. 꽃에 인공물감으로 물들려 색화로 만드는 것, 인위적으로 온도와 빛을 조절해서 엽록소를 억제시켜 색화로 만드는 것, 왜화제(矮化劑) 등을 쳐서 입모양을 짧고 예쁜 모양으로 만드는 경우 등이다.
꽃에 물을 들이는 것은 꽃 봉우리 때 식물 물감을 투입해서 만든다. 이는 원래 식물의 원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원예기술인데 난초시장에서 사기기술로 활용된 것이다.
국내에도 가짜 난꽃을 만든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중국 호북성 시주전시회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물들인 꽃을 진짜라고 우기면서 팔고 있는 광경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일본춘란이 한국춘란으로, 조직배양종이나 인공교배종(인공교잡종)이 한국춘란으로 둔갑하는 경우이다. 다시 말하면, 값이 싼 일본춘란이나 인공교배종 등을 값이 비싼 한국춘란으로 속이는 것이다. 일본춘란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시기에 많이 발생하였으나 근자에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오래전 한 지역 전시장에 일본춘란 ‘살마’가 꽃 3대를 약간 덜 핀 상태로 복색화부분에 출품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이를 알아보고 상(賞)을 주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살마’를 아는 애란인이 별로 없는 터라 출품자와 소속 난회에서는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뒤에 알고 보니 상인으로부터 거액에 구입한 난이었으며 반품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품자 입장에서 보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인공교배종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조직배양종과 달리 인공교배종(인공교잡종)은 자연교잡종과 같이 엄연히 새로운 품종이다. 현재 양란의 경우 대부분이 인공교배종이다. 또한 현재 한국춘란 명품으로 알려진 것 중에도 몇몇 품종은 인공교배종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란은 원래 원종으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까지 난계에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만, 일본, 중국에서는 50년 전부터 인공교배종이 다수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도 춘란교배종을 만들기 시작한 지가 30년은 넘어 섰다. 그 결과 수많은 품종이 만들어졌으며, 그 중에는 원예적 우수성을 인정받는 품종도 많으므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인공교배종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새로운 품종으로 인정하되, 일본춘란과 구별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그 구별이 명확히 되지 않고, 심지어 2019년 「전일본춘란연합회 전시회」에서는 인공교배종인 두화백화에 대상을 시상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자연원종과 인공교배종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고, 다만 개체수의 많고 적음, 원예적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인공교배종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품종으로 인정하고, 한국춘란과 구별하여 관리하면서 육성‧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인공교배종에도 원예적으로 매우 우수한 품종이 많으며, 이들은 국제적으로도 원예적 경쟁력를 갖추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같은 한국춘란이지만 값어치가 없는 다른 난(蘭)을 고가의 명명품으로 속이고 파는 경우이다. 고가의 한국춘란은 꽃이 없는 상태에서 2~3촉 떼어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악용하여 잎의 생김새가 비슷한 난을 가져와 명품난이라고 속여서 거래하는 경우다. 앞에서 말한 가짜난초의 경우는, 난에 꽃이 달려있으므로 전문가의 판독이나 정보들에 의하여 얼마 되지 않아 탄로가 나게 되므로 여파가 적다.
그러나 이 경우는 분양받은 자가 그 난(蘭)의 꽃을 피워야 진위여부가 밝혀지는데, 여러 해 세월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 과정에 난이 죽어 없어지기도 하고 촉수가 많이 늘어나기도 한다. 또한 확인되기 전에 그 난을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분양했을 때는 그 여파가 확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진품인줄만 알고 키우고 있던 난이 유전자(DNA) 검사로 가품으로 판명 나는 경우가 여기저기서 발생하니 한국춘란계가 한 때 온통 난리법석이 되었다.
어느 분야든 돈이 결부되면 다소 혼탁할 수 있다고 보겠으나 난초의 가품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 초차 민망할 정도이다. 매 건마다 돈이 수백, 수천이 걸려있고 그동안 누적된 발생건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가품으로 확인되면 거래 선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해결을 시도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만히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고, 해결된 경우라 할지라도 가짜 난을 구입한 사람이 배양해서 촉수를 늘린 것을 다 감안할 수 없으니 손해를 많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홍역을 치루면서 애초부터 불확실한 요소를 없애자는 여론이 팽배해, 고가의 난초거래 시에는 유전자(DNA) 검사를 해서 진품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현재, 한국춘란 유전자(DNA) 표본을 비치하고 진품여부를 검사해 주는 곳으로 ‘(재)국제난문화재단’과 공주대학교가 있다. 수수료는 건당 10만~15만원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거래 시마다 검사과정을 거치는 것은 너무나 번거롭고, 난계 전체입장에서 보면 이 수수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짜난초와 관련하여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시중에서 거래방식으로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판매이다.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난은 저가의 무명품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명명품도 더러 있다. 서로 간에 보증하는 수단이 갖추어지지 않은 거래이고 보면, 앞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음이 훤히 보인다.
한국춘란의 경우, 아직까지 개발단계에 있고 꽃이 피어 있는 상태가 아닌 2~3촉을 잘라서 거래하다보니 조심을 해도 가짜시비에 말려들기가 쉬운 환경이다.
그렇다고 난초 거래 시마다 유전자검사를 의뢰하는 것도 예사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가짜난초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구입하는 난초에 대한 정보를 세밀히 알아보는 것이다.
원래소장자가 누구인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난초마다 특성은 어떠한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유통 상인도 대부분은 신뢰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상인의 말만 믿고 거래해서는 안 된다. 상인 역시 그 난을 자기에게 판매한 소장자나 상인의 말만 믿고 그대로 전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시비는 말려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하면서 뒷짐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난인들의 노력으로 난 거래가 보다 더 투명해지고 정직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맑고 향기로운 난계는 투명한 난 거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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