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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인터뷰> 난 전문가 김성진 씨에게 듣는 난의 매력과 감상법
기사입력  2016/02/24 [20:24]   농민신문 김봉아 기자

기다림…아름다움…부드러움…강인함…

난과 벗하다

난 전문가 김성진씨에게 듣는 난의 매력과 감상법

 


-->졸업·승진·이사 등으로 몸과 마음이 바쁜 2월입니다. 이런저런 이동에는 축하와 격려의 선물이 따르기 마련인데요, 축하 선물로는 꽃만 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거 참, 받으면 어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꽃(아니 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난’입니다.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그저 창가에 놔뒀다가 저세상으로 보내버리기 일쑤지요.

그래서 엔플러스(N+)가 만났습니다. 난향(蘭香)을 즐기며 난심(蘭心)으로 사는 ‘애란인(愛蘭人)’을 말이죠. 난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난을 감상해야 하는지 제대로 한번 들어보려고요. 난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선인들의 유려한 글귀야 많고 많습니다만, 어디 얼굴 보고 직접 듣는 것만 하겠습니까!  

◆ 기다림의 미학…꽃이 피는 순간의 감동을
“30여년 전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로 처음 난을 샀어요. 그런데 보름 정도 지나 아침에 일어나니 글쎄 꽃이 폈지 뭡니까. 화분 하나에 꽃이 피었을 뿐인데 집안 가득 맑은 향기가 퍼지고 화사한 기운이 돌더라고요. 여기저기 전화해 난에 꽃이 피었다고 자랑을 했지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만난 김성진씨(67)는 난의 매력에 빠진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그가 꼽는 난의 매력 중 하나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흔히 난은 키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난은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어 천천히 기다리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준다.

‘중용’과 ‘관조’도 그가 난을 키우며 터득한 덕목이다. 물이든 비료든 과하거나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적당하게 정성을 쏟는 중용과 집착하지 않고 바라보는 관조의 지혜는 인생살이에도 그대로 적용돼 이젠 앞만 보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줄도 알게 됐다고. 

◆사시난향…다양한 꽃과 향을 사철 즐기자
은행에 다니며 부행장까지 지낸 김씨는 난 전문가로 통한다. 30년 넘게 난을 키우며 (사)한국난문화협회 부이사장을 비롯해 여러 단체의 일을 맡은 것은 물론 대한민국난명품대제전 심사위원장 등 각종 난 전시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난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는 한편 지난해부터는 ‘난과함께’(www.nantogether.com)라는 인터넷신문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살던 김씨가 제주로 삶터를 옮긴 것은 5년 전. 서울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난을 키우다 제주로 오면서 정원에 아담한 난실(室)을 마련했다. 난실의 이름은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집’이라는 뜻의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 난실은 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간으로, 그의 난실에는 춘란·풍란·석곡·한란·새우란 등 3000여분이 있다.  

“누구든 와서 사시난향((四時香)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을 들이고 전시회도 네번 열었어요. 3월엔 춘란, 4~5월에는 석곡과 새우란, 6~7월 풍란, 8~9월 하란, 10~11월 제주한란, 1월 혜란 등 사시사철 난꽃을 볼 수 있습니다.”

◆ 부드러우면서도 꺾이지 않는 푸른 잎을 보라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식물로 알려진 난은 전 세계에 3만여종이 있으며, 원예학상 서양란과 동양란으로 나뉜다. 서양란은 열대·아열대 지방의 자생 난을 서양에서 보급한 것으로, 꽃이 크고 화려하다. 동양란은 한국·일본·중국·대만 등에서 자생하는 난으로, 오래전부터 관상의 대상으로 사랑받으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활용돼왔다.

동양란 중에서도 춘란은 많은 애란인들이 좋아하는 난이다. 크기가 작아 좁은 공간에서도 키우기 좋고 꽃과 잎의 특징이 다양해 원예관상학적 가치가 높다. 또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풍란은 뿌리까지 감상할 수 있으며, 가느다란 꽃대와 꽃잎을 지닌 한란은 청초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꽃이 다양하며 키우기가 수월한 석곡은 초보자가 도전하기에 좋다.

“은은한 향기와 단아한 멋을 지닌 난은 예로부터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습니다. 난은 꽃과 향기뿐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꺾이지 않는 푸른 잎을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럼 잎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좋은 잎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두껍고 짧으며 힘이 있는 것, 폭이 넓고 가운데가 불룩하며 끝이 둥근 것, 광택이 있고 부드럽게 휘어진 것을 좋은 잎으로 친다. 또 녹색에 노란색이 섞이거나 테두리가 있는 잎, 무늬가 있는 잎은 관상 가치가 더 높다. 

◆ 난을 가까이 하다 보면 난을 닮아간다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을 아시나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닮아가는 소설의 이야기처럼 매일 난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난의 성정을 서서히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옛 선조들이 난을 선비나 군자에 비유하며 가까이 한 것 아닐까요.”

난을 닮아가는 김씨처럼 난향을 즐기며 난심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 난은 단지 한번 보고 마는 꽃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그윽하고 향기로운 친구가 될 것이다.

 농민신문 김봉아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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